South Korea · 31 Days · 16 Moments · July 2017

재식의 Malaysia 구경


13 August 2017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16> 당신들에게는 있고 나에게는 없는 것? 지나쳤다가 잔상이 길어졌다. 얼핏 단기 기억장치에 찍힌 느낌, '설마?...' 눈이 먼저 돌아서고 허리에 이어 발이 돌아 본 장면. 양철바켓 두 개, 솥단지 하나, 심지어 주전자까지 모두가 악기로 변해서 셋팅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주가 가능할까?' 기타에 드럼까지 길거리 버스킹이 좀 별났다. 나중에야 눈에 들어온 모금통 문구. 내게는 없고 그들에게는 있는 무엇... 악기가 중요해지면서 밀려난 음악이 그들에겐 있었고, 좋은 공연장소가 아님에도 길거리에서도 그들은 기뻐했다. '성 요셉의 집'이라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들어갈 기부모금. 굳이 폼나는 형편 아니어도 적극적인 생존 열정... 여행은 때로 열악한 현실 도피일 경우가 분명 있다.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숨 막히는 여러가지 이유도 있고, 현실을 이겨나가면서 장비없이도 즐기는 공연, 삶, 슬며시 내게로 채워지는 의욕의 나눔이 고마웠다. "암만, 어떤 순간도 길은 있고, 기왕 가는 거 웃으며 가면 보기도 좋지! 저네들처럼~"

8 August 2017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15> 비까번쩍하는 유리문도, 화려한 조명도 없었다. 낡은 타일의 깨진 턱이 넘어서고 싶은 편한 충동을 일으키고 '얼른 들어와!'라고 부르는 듯 소박한 상가 시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바나나가 커튼의 치마처럼 매달려 대롱거린다. "그럼, 뭐니뭐니해도 먹는 재미가 여행의 으뜸이지! ㅋㅋ" "어쩌면...여기 어디에 알라딘의 램프가 숨어있을지도 몰라!" "지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천년이나? 히히~" 하지만 조금은 늙어보이는 벽걸이선풍기만 헥헥거리며 돌고 있고 아무리 뒤져도 알라딘의 램프는 없고 대신 구경거리가 보물섬이다. 어린 시절 학교앞 문구점에는 온갖 가지고 싶은 무엇들이 참 많았다. 그렇게 비싸지도 않았는데 가지는 것보다 참아야 할게 더 많았다. 여행은 우리를 장소만이 아니라 시간도 옮겨놓는다 몇 시간의 비행은 때론 수십년을 거슬러 가버린다. 많은 여행자들이 일부러 과거로 가서 넉넉한 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당시의 과거는 조금은 슬프고 지루했는데 돌아가는 과거는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다. 금강산도 식후경! 도무지 세련도 정성도 없어보이는 큼직한 유리컵의 냉커피와, 배고파 죽기전 부엌으로 뛰어가 퍼먹기 딱인 냄비 프라이팬에 담긴 이름도 정체도 불분명한 볶음면이지만 맛드러지게 먹었다. 뉴턴의 만유인력만큼 튼튼한 법칙 - '시장이 반찬이다!'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14> 바다로 돌아가는 해가 노을을 만들고 사람들은 마지막 남은 빛을 아쉬워 담습니다. 눈으로 손으로, 그리고 마음을 지나 추억으로... 언제고 한 번은 저렇게 빛나 보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게가는 저렇게 아름다운 색조이고 싶었습니다. 비록 흐린 구름과 먼지로 범벅된 하늘일지라도 이렇게 그 모든 불순물조차 함께 어울려 만든 장관처럼! 모든 상처가 진주는 안되더라도 열개중 한 두개쯤은 상처가 진주를 만들어주기를 빌며 마냥 불편하고 모자라는 사람이라 미워했던 삶을 반성합니다 그대 또한 그런 사람으로 머물렀던 나를 품어주기를...

30 July 2017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13> 미워지는 사람이 생겼었다. 작은 가시가 싹이 나더니 엉겅퀴 덤불처럼 점점 늘어나고 자랐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미워지는 상대의 가슴이 아니라 미워하는 내 가슴안에 자리잡고 찔러댔다. 아팠다... 어느 종교도 사람을 미워하지말고 사랑하란다. 용서하고 자비를 베풀고 도와주란다. 그게 잘될까? 잘 안되었지. 무려 수천년이 지나도록. 잘되었으면 벌써 모든 인류가 성인이 되었겠지. 그래도 여전히 성황을 유지하는 어느 모스크 이 얼굴 가리는 히잡을 쓰지 안으면 못 들어간단다. 보여지는 여자를 위한 배려인지 보아야하는 남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인지 헤갈린다. 흐흐 성전 안쪽보다 성전 담장을 따라 걷는 길이 훨씬 좋아보였다. 산책과 명상을 하다보면 성품이 고와질 것 같은 멋진 길. 아무렴, 기도보다 주차장에서 뛰어오르며 점프샷! 이 놀이가 재미있지! '하나...둘...셋!' 찰칵!!

27 July 2017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12>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보는 느낌이야!" "그러게,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지?" "누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믿겠어?" "같은 건물을 위치만 조금 옮겨 찍었는데 하늘이 완전 달라!" "사람만 이중인격이 있는게 아니네, 하늘도 이중성격! ㅋㅋ" 종교를 가지고 성전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에겐 자연, 특히 하늘의 변화는 참 많은 생각을 준다. 모스크 위로 펼쳐진 시커먼 먹구름 반쪽과 파란 하늘 반쪽, 늘 동시에 존재하는 천국과 지옥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날마다 동시에, 혹은 번갈아 오가는 웃을 일과 울 일도 그렇고... 모스크를 빙 돌면서 보는 풍경은 어느 위치냐에 따라 달라졌다. 같은 장소에서도 시선이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또 달라지고. 세상이나 사람이라는 대상은 다를까? 예외일까? 친구도, 가족도,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도 그럴 거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수도 있다. 여행은 익숙해서 너무 당연해져버린 감각을 깨워준다. 보이는 게 달라져 생각하는 게 달라지고, 대하는 게 달라져서 돌아오는 반응도 달라지게 해준다. 돌아가면 비록 익숙한 자리, 사람일지라도 새롭게 살아봐야겠다. 굿! 여행이 안겨준 선물~

25 July 2017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11> "있잖아... 나 종종 어딘가 숨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어." "나두! 아무도 보고싶지 않고 다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 "그럴 때면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게 어디 쉬워야지 ㅠ" "아! 그거, 좀 아쉽지만 언제든지 가능해!" "어떻게? 그게 어디야?" "화장실! 가능하면 가장 좋은 곳 미리 알아두면 더 좋지," 맞다. 화장실! 혼자 울기도 쉽고, 너무 지치거나 밤 샌 경우는 거기서 잠시 잠도 해결을 할수있다. 우리 조상은 일찍 그런 지혜가 있어 그곳을 '해후소' 라고 했다. 고통을 해결하는 곳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물론 신체적 고통을 더 염두에 둔 작명이지만 포함해서. 어쩌면 여행을 떠나 얻는 휴식도 그와비슷한 건 아닐까? 아는 사람 아무도 없고 할일도 없는 낯선곳에서 자유로이 일상에서 쌓인 무거운 짐을 솔솔 털어버리는 시간이. 뭐 눈물이 나면 울고 기쁘면 눈치보지 않고 폭소도 터뜨리고! 아주 쾌적하고 무지 큰 무공해 무독성 화장실! 흐흐 방해 받지않고 시간 쫓기지 않고 생각을 정리하는 유익한 기회. "친구야! 좀 가벼워졌어?" "응! 많이 비워서 그런가? 배고프다. ㅋㅋ" "가자! 밥먹으러!" "바다야 고맙다~ 안녕!"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10> 그들 이름도 성격도 모르고 당연히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그곳이 무슨 마을인지도 모르는데 사람을 알리가 없다. 그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기타가 거기 있다는, 단지 그 이유 하나로 금새 어울려 키득거리고 사진찍고. 오래 익숙하게 살던 곳에서는 안그랬던 것 같다. 둘 셋만 모여도 마음에 안들게 말하는 이가 생겼고, 내가 하는 말이 무시 당해서 속상하기도 했다 나는 제자리인데 다들 너무 잘되면 샘이 나기도 했다. 아무도 서로를 모르는 낯선 곳에 오니 달랐다. 전혀 욕심이 나지않았다. 줄의 뒤에 서서 기다려도 화나지 않고 아무도 나를 알아주거나 쳐다보지 않아도 섭섭치 않았다. 그냥 듣기만 하거나 보기만 해도 편하고 재미있다. 이렇게 마음편할 수도 있는데... 그때 거기서는 왜 그렇게 예민하게 살아야했을까? 나 하나 너그러웠다면 더 잘 지냈을 수도 있었겠지? 본인들은 몰랐겠지만 그이들이 그립고 미안해진다. 장소 하나에도 성품이 달라질수 있다는 신기함 이 또한 여행이 주는 보너스다. 이 땅을 지나가는 지구별여행도 좀 편해지면 좋겠다!

24 July 2017

<여행 - 기억은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9> 다시 옮겨가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낯선 곳에서 다른 낯선 곳으로. 여행지에서 또 다른 여행지로 이동한다. 겉으로는 모두 짐 들고 같은 비행기를 타니 같아 보이지만 그중에는 목적지로 가는 사람, 출발지로 돌아가는 이가 섞여있다. 터미널이 돌아 오는 사람과 떠나 가는 사람이 늘 스치듯. 어떤이는 인생이 통째로 나그네요 여행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집과 여행지를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출발지도 목적지도 모두 타향이고 경유지에 불과한 것을... 그럼에도 사람들이 여행을 노래부르며 안달을 내는 것은 단지 익숙해도, 낯설어도 못 견디는 성질머리 때문인지도. 집을 나서기위해 발버둥치다가 나가면 집 생각에 그리워한다. 가느라 오느라 일생이 분주하다. 그래도 우리는 어딘가를 오가며 에너지를 얻는다. 힘들때는 잠시 머무는 장소를 옮기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줄고 객지에서 고단해질 때는 집에만 돌아와도 휴식이 되니까! 출발! 집에 가기전까지는 머무는 곳마다 에너지 창고다! 영원한 귀가길에 오르기전 만나는 먹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그 모든 작은 감동들이 우리의 내일을 견디게 할 것이다!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8> 이름이 '핑크사원'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과는 핑크빛 만남을 이루는 걸까? 친구와는 핑크빛 우정을, 연인은 핑크빛 사랑을! 설마 기도도 우중충 회색은 안되고 달콤한 핑크빛으로? 한 친구가 있었다. 부모님 사업마저 잘 안되어 살림마저 너무 가난했다 기껏 밥이나 가끔 사고 차비, 영화비 정도 대신 내주는 정도밖에 못했다. 친구는 그런 형편이 길어지면서 우울증이 왔던 것 같다. 사소한 일들에도 예민해지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오해와 원망과 침묵이 친구와 나 사이에 반복되기 시작했다. 결국 도망쳤다. 적당히 핑계를 대고 멀리 간다고, 오래 못 볼것 같다고... 비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시가 대못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면서 알았다. 그러지말았어야했다는걸, 차라리 힘들다고 정직하게 말하고 잠시 쉬더라도 자리는 지켰어야 했다는걸... 진작 이 사원을 알았다면 와서 연분홍빛 우정을 기도할걸 지금도 늦지는 않은 걸지도 모르지만. 친구야! 반갑다!

21 July 2017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6> 치킨만 반반이 있는 게 아니었다. 검은 먹구름과 파란 하늘이 반반인 노을이 눈앞에 있었다. 마치 기쁨과 슬픔이, 행운과 불행이 동시에 펼쳐졌던 내 지난 날들의 그림처럼. 사진의 이쪽 편 많은 여행자들이 난간에 몰려 웅성거렸고 제각각 방법으로 감상을 하느라 소란했는데 순간 고요해졌다. 정작 아무일도 아무 변화도 없었지만 내가 빠져버렸기에. '교대로, 때론 동시에 견뎌낸 내 지난 세월도 저 반반의 노을처럼 아름다운 그림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편식하는 사람처럼 내 취향만 따지며 공연히 미워한 친구도 있었다. 그 모두가 내 삶의 귀한 한 퍼즐들이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아는 것 지금은 후회하는데 어느 날은 또 반복하는 것 사는 일,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놓친 순간들 놓친 사람들을 떠올리는 동안 아름다운 노을이 조금씩 사라졌다.

20 July 2017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고 돌아오다 1 > 늦은 밤 작은 창 바깥으로 공항의 야경이 보였다. 사선으로 기운 도시의 불빛들, 사실은 비행기가 사선으로 이륙하는 중이다. 내 중심의 시선이 늘 세상을 기울게 보는 습관처럼 사진도 그러하다. 오늘은 되고 내일은 안되는 것 무엇들이 있을까? 그 많은 것 중의 하나, 떠남! 어쩌면... 자꾸 주저앉는 무기력을 떠나는 것.

13 July 2017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7> 왁작지끌! 자욱한 연기, 여러 맛의 음식냄새! 밤에 열리는 먼나라 야시장의 먹자골목은 요란했다. 마치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종일 기다려온 듯. 오늘 끝장을 낼 사람들처럼 만들고 먹어대고 있다. 익숙하게 닭꼬치와 닭다리를 열 몇개씩이나 동시에 튀기는 아줌마 한글로 된 앞치마를 두르고 어슬렁거리며 주문받는 아랍계아줌마 신기하게도 먹는 거리는 어느 나라나 비슷하게 들떠있고 신났다. 한 때 억울한 소리를 들으면 그때마다 화난듯 먹어댔다. 걱정거리가 서너개나 몰려올때도 하염없이 먹었다. 몸이 너무 고단하면 병이라도 날까봐 억지로 먹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탈이 났다. 간도 위도 망가지고. 이제 외국 땅, 맛나 보이는 음식을 천지배까리로 앞에 놓고 문득 꾸역꾸역 먹을 아무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는 사람도 없고 눈치 볼 필요도 없는 곳. - '아, 죽기살기가 아닌, 그냥 평안히 뭔가를 먹을 수도 있구나...' 그런데 그걸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팍팍했다니 ㅠㅠ 새삼스레 서러움이 복받쳐와서 모처럼 얻은 편히 먹을 기회를 날린다. 그때는 여유가 없어서, 지금은 그 기억이 힘들어서. 그래도 음식은 사람들을 푸근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다행이다. 고맙다!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5> 고립이다.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또 다른 세상으로 가기 말을 건네기도 듣기도 어려운 홀로서기 억지로 가두어 두지 않은 자유로운 생명들 이쁘고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서툰 몸짓 두려운 마음 참으며 스스로 들어간 세상. 사랑한다는 것은 남의 땅에 발 들여놓기 사랑받는다는 것은 내 방의 문 열어주기 그것은 사람사이만이 아니라 모든 것들과 소통하는 기본이다. 이전 어느 날, 더 돌아간 또 어느 날 그 기본을 몰라서 많이도 힘들었었다. 미워하며 헤어지고 불편하다며 밀어낸 쓰라린 시간, 그리고 사람들... '미안해, 미안해... 내가 서툴러서 그랬어 ㅠ' 위의 하늘과 중간의 사람과 아래 물속의 고기들이 하나다. 따가운 햇빛과 시원한 바람이 사랑스러워 진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침묵속에 숱한 몸짓 수다가 오간다. 고맙다. 이런 날을 참 오래 기다렸는데...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4> 이국땅. 어딘가를 찾아 걷던 중 사거리에서 섰다. 차들이 멈추고 안전한 틈이 생기면 길을 건너리라 하며 계속 이어지는 꼬리를 보다가 무심코 셔터를 눌렀다. 모든 것이 멈추었다. 차도 구름도 사람도 현실에서는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바뀌어버린 풍경이 사진속에서는 얼음땡 놀이처럼 정지되어 남았다. 아마도 오래도록 이렇게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멈출 능력이 없다 그러나 시간속의 기억은 종종 멈추게 한다. 슬픈 순간, 행복했던 순간은 더더욱. 하나는 벗어나고싶어도 가위 눌린듯 멈추고 또 하나는 벗어나기 싫어 일부러 매달려 머무른다. 180도 다른 차이가 있음에도 그 둘은 사진처럼 멈춘다. 그런데... 우리가 지나온 시간여행의 길에서 슬픔도 행복도 다 빼면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기억과 상관없는 시간은 또 무슨 애착이 있을까? 문득 알게 된 것 하나, '내 기억속에는 슬픔들이 참 많았구나...'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3> 여기는 남의 나라, 육첩방은 아니지만 낯선 식당 구경도 처음 하는 음식들이 주욱~ 늘어져 있다. 담은 그릇도 처음 보는데 담긴 건 당연 처음. 문득 기억 하나 떠올라 아쉬움으로 스친다. '걸핏하면 된장에 김치를 내밀던 돌아가신 울 할머니, 이런 음식은 한 번 먹어보지도 못했네...' 호호깔깔! 한가족이 몰려와 웃으며 줄지어 담아간다. 십중팔구 여러번 먹어본 경험치가 풍겨난다. 필시 이 메뉴에 저 가족들의 추억과 사랑이 차곡 베였을게다. 어릴적 바쁘게 나가고 들어오던 틈새로 허기를 채웠었다. 접시에도 담기고 후라이판에 통채로 먹기도 했던 빨간 떡볶이며, 양쪽 끄트머리만 낼름 먹어대던 심심한 내용물의 김밥도 있었다. 그 음식들을 세월이 숙성시키니 다 그리움이 되었다. 맛일까? 멋일까? 눈물일까? 웃음일까? 이름도 모르는 음식에서 조차 김처럼 피어나는 그리움 침과 함께 당겨지는 이 식욕의 근원은....
<여행 - 기억을 꺼내고 추억을 담아 돌아오다 2> 5시간을 날아서 도착한 곳 낯선 나라 낯선 밤 짐을 내려놓고 고단함도 내려놓았다. 어디를 가도, 언제라도 따라오는 불가사의 동반자 - 허기. 죽기전에는 결코 떠나는 법 없는 식욕을 달래야한다. 이 노동이 사는 기쁨으로 느껴져야 행복해진다던가? 읽을 수도 없는 설명서가 쓰여진 컵라면. 문 밖은 지금 온통 읽을 수 없는 낯섬들이 포위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상하다. 평생을 낯설음에서 벗어나려 애쓰다가 때론 익숙함이 지겹다고 못견딘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일이든. 오늘 여기, 이 낯설고 넉넉하지 않은 외로움이 좋다. 눈물이 나도록...